
거친 숨을 몰아쉬는 사대 위, 시위를 팽팽하게 당긴 청년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10점 과녁 한가운데를 가르는 순간, 경기장 전체를 뒤흔드는 포효가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의 든든한 주축이자 경북 예천군청 소속의 김제덕 선수가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또 한 번 최정상에 우뚝 서며 세계 최강의 면모를 입증했다.
예천군 체육계에 따르면, 김제덕은 일본에서 펼쳐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리커브 종목에 출격하여 남자 단체전 금메달과 혼성 단체전 동메달을 연달아 목에 걸며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남자 단체전 연속 제패라는 쾌거를 달성하며 한국 양궁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장식했다.
이번 여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기대를 모았던 남자 개인전 16강 무대에서 조기 탈락하는 뼈아픈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막중한 중압감과 심리적 타격이 뒤따를 법한 절체절명의 위기였으나, 그는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특유의 강인한 승부사 기질과 무서운 회복 탄력성으로 멘털을 재정비한 그는 단체전 일정에 돌입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메달 사냥의 서막은 혼성 단체전이었다. 동료 강채영과 호흡을 맞춘 그는 일본과의 3·4위 결정전에서 시종일관 침착한 사격을 이어갔다. 치열한 접전 속에서도 빈틈없는 슈팅 감각을 과시한 한국 대표팀은 세트스코어 5-1의 압도적 점수 차로 상대 팀을 누르고 동메달을 확보하며 첫 입상의 감격을 누렸다.
진정한 승부처는 이어진 남자 단체전이었다. 대표팀의 든든한 맏형 김우진, 실력파 이우석과 의기투합한 김제덕은 완벽에 가까운 팀워크를 뽐냈다. 매 엔드마다 사대를 박차고 나설 때마다 터져 나온 그의 우렁찬 기합 소리는 팀원들의 사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결승 무대에서 마주한 상대는 거센 상승세를 타던 복병 인도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한국 삼총사의 집중력은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날카로워졌다. 고비 때마다 과녁 정중앙을 명중시키는 정확도와 흔들림 없는 완급 조절로 인도를 세트스코어 5-1로 완벽하게 제압하며 금빛 피날레를 완성했다.
체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승전보를 두고 단순한 개인의 기량을 넘어, 선수의 소속지인 예천군이 수십 년간 묵묵히 다져온 유소년 및 실업팀 육성 인프라가 일궈낸 결실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예천진호국제양궁장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실업팀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사다리형 연계 시스템이 김제덕이라는 걸출한 궁사를 키워낸 든든한 자양분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 선수단의 활약을 지켜본 안병윤 예천군수는 "개인전 탈락이라는 쓰라린 좌절을 딛고 끝까지 강인한 투혼을 발휘해 값진 금메달과 동메달을 군민들에게 선물해 준 김제덕 선수가 진심으로 자랑스럽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어 "앞으로도 소속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훈련 인프라와 복지 환경을 적극적으로 확충할 것이며, 명실상부한 '세계 활의 메카' 예천의 위상을 전 세계에 더욱 드높이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