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하 이승규·노산 이은상 기념사업회가 20일 창원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기념사업회)
역사적 인물을 둘러싼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같은 발언과 같은 행적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리고, 그 해석은 지역의 기억과 정체성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마산에서 노산 이은상과 3·15의거를 둘러싸고 이어져 온 논란도 그런 경우다.
남하 이승규·노산 이은상 기념사업회(회장 윤봉현)는 20일 오전 10시 30분 창원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산의 빅브랜드, 가고파의 힘」 학술콘서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입장과 함께 두 가지 학술세미나를 공식 제안했다.
하나는 역사적 논란을 공개적으로 검증하자는 세미나이고, 다른 하나는 「가고파」를 마산의 도시브랜드로 키우는 방안을 논의하자는 세미나다.
■ 결론이 아니라 검증 절차를 제안했다
첫 번째 제안의 주제는 「노산 이은상은 3·15의거를 폄훼했는가」다.
기념사업회는 1960년 4월 15일자 조선일보 기사 등 당시 원문 자료와 발언의 전체 맥락을 검토하고, 친독재 논란을 비롯한 정치적 행적 역시 객관적인 사료를 바탕으로 평가하자고 했다.
3·15의거 관련 단체와 역사·문학 연구자, 기념사업회가 함께 참여해 서로 다른 견해를 공개적으로 검증하자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기념사업회가 스스로 결론을 앞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념사업회는 당시 발언에 대한 역사적 해석과 평가가 서로 다를 수 있는 만큼, 특정한 결론을 미리 내리기보다 관련 사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실관계와 해석상의 쟁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논쟁의 당사자가 검증의 방식을 먼저 제안했다는 점에서, 이 제안이 실제 토론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인다.
■ 문제 제기도, 행사 취지도 함께 살펴야
학술콘서트를 둘러싼 갈등은 행사 내용이 충분히 공유되기 전에 커졌다.
기념사업회는 구체적인 발제 내용과 행사 취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역사적 논란을 이유로 반대와 장소 이전 요구가 제기된 점에 유감을 표했다.
동시에 3·15의거의 역사적 가치와 민주주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장소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바꾸되 당초 취지는 유지하기로 했다.
윤봉현 회장의 말은 이 지점을 짚는다. 그는 “학술콘서트에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는 존중하지만, 무엇을 논의하려는 행사인지 충분히 살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비판하는 쪽의 문제의식과 행사를 준비한 쪽의 취지가 같은 자리에서 확인될 때, 논쟁은 소모적인 대립이 아니라 지역이 함께 답을 찾는 과정이 될 수 있다.
■ 지역의 미래 논의는 별도의 장에서
두 번째 제안은 성격이 다르다. 기념사업회는 2027년 마산가고파국화축제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가고파」 도시브랜딩 학술세미나를 개최해 달라고 창원시에 제안했다.
마산의 문학·음악·예술 자산을 활용한 도시브랜드 발전 방향과 창동·오동동 등 구도심 활성화 방안, 국화축제 방문객의 구도심 유입과 지역 상권 연계 프로그램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역사적 평가와 지역 발전 논의를 서로 다른 장에서 다루자는 이번 제안은, 하나의 논쟁이 다른 논의까지 멈춰 세우지 않도록 하자는 뜻으로 읽힌다.
윤 회장은 “역사적 논란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마산이 가진 문화적 자산은 지역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며 “3·15의거의 민주주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가고파」의 문화적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앞으로 관련 단체 및 창원시와 협의해 두 학술세미나의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제안이 실제 토론과 축제 프로그램으로 이어질지는 지역사회와 창원시의 응답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