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일기를 쓰려니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싶다. 조금은 편하게, 내 말투대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려고 한다. 모태신앙을 가진 크리스천이라 내 이야기에는 신앙에 관한 경험도 함께 들어간다.
나는 어릴 때부터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었다. 대장암과 직장암 가족력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내 몸을 잘 돌보지 못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다. 그래도 딱 한 가지,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잠을 잘 잤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걱정과 염려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지만, 나는 일단 자야 한다고 생각했다.
‘먼저 자고, 걱정은 내일 일어나서 하자.’
스스로 생각해도 참 태평한 구석이 있었다.
콜레스테롤이 높아 약을 먹기 시작한 뒤, 2019년에는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혈액검사에서 좋지 않은 세포가 보이니 혈액종양내과에 가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산병원을 찾았다.
검사를 받고 기다리는 공간에는 젊은 여학생처럼 보이는 환자도 있었다.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가린 항암제 주사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보니 걱정도 되고 마음이 떨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됐다.
당시 내가 이해한 설명은 이상 소견이 있지만 치료받는 환자들처럼 그 수가 많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추가로 그곳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휴, 다행이다.’
그렇게 한 번의 걱정이 지나갔다.
2021년에는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다가 가슴을 만졌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뚜렷하게 무언가 만져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양쪽의 느낌이 달랐다. 그냥 넘기기에는 마음에 걸려 곧바로 유방외과 진료를 예약했다.
검사에서 모양이 좋지 않다는 설명을 들었고, 조직검사를 받았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렸다. 그 시간 동안 마음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일은 기도였다.
기도하던 중, 내게는 예수님이 땀을 흘리며 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주시는 듯한 모습이 떠올랐다. 신앙 안에서 경험한 그 장면은 불안하던 내 마음에 큰 위로가 됐다.
‘나를 위해 이렇게 기도해주시는구나.’
그 뒤로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려고 노력하게 됐다.
조직검사 결과는 암이 아니었다. 이후 맘모톰 시술을 받았다.
또 한 번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안도했다고 해서 생활이 곧바로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던 식습관도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 2023년, 이번에는 자궁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산부인과를 찾았다.
어머니가 유방암과 난소암으로 투병하다 돌아가셨기에, 나는 여성암에 특히 예민했다.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걱정이 먼저 앞섰다.
검사에서는 자궁내막이 두꺼워져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소파술을 받고 자궁경부와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했다.
다행히 이번에도 암은 아니었다.
그런데 당시의 나는 안도하면서도 ‘암에 가까이 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검사 결과와는 별개로, 그만큼 암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그 일을 겪은 뒤 건강관리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간헐적 단식과 48시간 금식을 시도했고, 식습관도 조금씩 바꾸려고 했다. 지금 돌아보는 이 이야기는 당시 내가 선택했던 방법과 그때의 느낌에 관한 기록이다.
금식 중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남편과 아이들의 밥을 차릴 때였다.
음식 냄새를 맡으면 얼마나 먹고 싶던지, 그저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참고 또 참으며 48시간이 끝나기를 바랐다.
그러고 나서 먹는 음식은 무엇이든 맛있었다. 평소 별로 좋아하지 않던 채소까지 맛있게 느껴졌다.
‘채소를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도 있구나.’
몸무게가 조금씩 줄었고, 중성지방 수치와 비만도도 낮아졌다. 당시에는 그 변화가 흡족했다.
‘이제 내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콜레스테롤 약도 내 판단으로 끊었다. 남아 있던 약까지 버렸다. 그때는 약을 먹지 않는 것이 몸에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이 역시 당시 내가 했던 판단을 적는 것이다. 검사 수치가 좋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처방약을 스스로 중단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걱정스러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암이 아니라는 말에 안도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던 시간들.
그 사이에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느낀 두려움도 있었고, 기도로 마음을 붙잡았던 순간도 있었다. 내 몸을 돌보겠다고 마음먹고 나름의 방법을 찾던 시간도 있었다.
이것이 2023년까지의 내 이야기다.
나의 치료일기는 그 이전의 나를 돌아보는 데서 시작한다.
※ 이 글은 대장암 환우 카페 ‘암행권’ 회원 제니님이 2026년 9월 6일 게시한 「나의 치료일기 1」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신앙에 관한 내용은 글쓴이의 개인적 경험이며, 단식과 처방약 중단에 관한 내용은 당시 행동을 기록한 것으로 권장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검사상 암이 아니었다는 결과를 ‘암 직전 단계’로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