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라고 하면 매물을 찾고 고객을 연결해 계약을 성사시키는 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위너스공인중개사사무소 이은희 대표, 브랜드명 ‘부엣쌤’은 조금 다른 질문에서 일을 시작한다.
“이 공간은 지금 무엇으로 쓰이고 있는가보다 앞으로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쓰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아파트 중개에서 출발한 이 대표는 상가와 건물, 병원 개원, 기업 본사·연구소 이전, 공공기관 이전, 대형 유휴공간 활용까지 업무영역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바이오기업 ㈜엔케이맥스의 본사·연구소 광교 이전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대형 유휴공간의 공공기관 임시청사 활용을 위한 부동산 중개·컨설팅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겉으로 보면 서로 다른 부동산 업무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기존의 용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입지와 시설, 배후수요와 산업의 변화,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를 함께 분석해 ‘이 공간의 다음 쓰임’을 찾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부동산 자산설계의 한 방법인 ‘공간 리포지셔닝’이라고 설명한다.
■ “자산을 재정비하며 부동산을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Q. 처음부터 부동산 일을 하셨던 것은 아니라고요.
대기업에서 근무한 뒤 오랫동안 교육과 강의, 컨설팅 분야에서 활동했습니다.
거의 20년 가까이 사람을 만나고 상담하면서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개인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습니다. 가지고 있던 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도 경험하면서 부동산을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부동산을 자산이나 투자상품으로 봤다면, 그 시기를 지나면서 한 사람과 가족의 삶을 지켜주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접 느꼈습니다.
이후 공인중개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파트 중개를 했지만 저만의 전문영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상가로 시선을 넓혔습니다.
명일동에서 천호동 일대를 직접 걸어 다니며 임대 안내문이 붙은 건물을 찾고, 경비원과 점주에게 묻고, 소유자를 찾아 연락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매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왜 이곳이 비어 있는지, 어떤 업종이 살아남는지,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들어올지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만들어진 생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물을 찾는 것보다 그 공간의 쓰임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 “공간 리포지셔닝은 공간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일입니다”
Q. 대표님이 말하는 공간 리포지셔닝은 무엇입니까?
기존에 어떤 용도로 사용됐다고 해서 앞으로도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과 소비방식, 인구구조가 변하면 공간에 요구되는 역할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홈플러스 같은 대형 유통시설이 영업을 종료했다고 해서 그 공간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넓은 면적과 주차시설, 접근성, 인지도 등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장점을 다른 사용자가 필요로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간을 볼 때 먼저 질문합니다.
“지금 이 공간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용자는 누구인가.”
면적과 구조, 주차와 접근성뿐 아니라 주변 인구와 산업, 향후 개발계획과 수요까지 함께 봅니다.
단순히 공실에 새로운 임차인을 넣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목적과 역할을 다시 정의하고 가장 적합한 사용자를 연결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공간 리포지셔닝입니다.
■ “현재 상권보다 앞으로 만들어질 수요를 봅니다”
Q. 이러한 관점이 처음 성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가 있습니까?
병원 입지 컨설팅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한 병원 원장님이 개원을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판교권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광교와 맞닿은 원천동 일대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당시만 보면 기존 상권이 아주 강한 지역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대규모 주거와 업무시설이 들어오고 생활인구가 늘어나면 상권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상권보다 앞으로 만들어질 배후수요를 본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병원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지역의 대형 치과병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이후에도 치과, 이비인후과, 한의원 등 여러 병·의원의 입지와 개원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한 가지를 확실하게 알게 됐습니다.
“상가 컨설팅은 빈 점포를 보여주는 일이 아니라 그 사업이 그 자리에서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입니다.”
■ “엔케이맥스 이전은 기업과 공간을 함께 봐야 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Q. 기업 이전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셨다고요.
그렇습니다.
2025년에는 분당에 있던 바이오기업 ㈜엔케이맥스의 본사·연구소 광교 이전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기업 이전은 단순히 조건에 맞는 사무실을 하나 찾아주는 일이 아닙니다.
직원들의 이동과 인재 확보, 연구개발 환경, 주변 산업 생태계, 기업 이미지까지 모두 영향을 받습니다.
지자체의 기업지원 제도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엔케이맥스는 NK세포를 활용한 면역진단과 치료 분야의 바이오기업입니다.
기업의 특성과 광교의 바이오·첨단산업 환경을 함께 검토하면서 이전을 추진했고, 이후 2025년 9월 수원시와 본사·연구소 광교 이전을 위한 투자협약 체결까지 이어졌습니다.
기업의 특성과 이전에 필요한 입지 조건, 지자체 기업지원 제도 등을 함께 살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 부동산은 공간만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기업이 앞으로 어디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고 그 기업에 맞는 공간과 지역을 연결해야 합니다.
결국 기업 이전 역시 하나의 공간 리포지셔닝이라고 생각합니다.
■ “대형 유휴공간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Q. 대표님이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대형 공간 리포지셔닝사례가 있다고요.
옛 홈플러스 원천점사례입니다.
홈플러스 원천점은 오랫동안 대형마트로 운영됐지만 2025년 말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흔히 ‘대형 공실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봤습니다.
이 건물에는 넓은 면적과 대규모 주차시설, 좋은 접근성이라는 자산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을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사용자가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원영통경찰서가 기존 청사를 재건축하는 동안 사용할 임시청사가 필요하다는 수요와 공간을 연결했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후 옛 홈플러스 원천점의 일부 공간을 수원영통경찰서임시청사로 활용하는 계획으로 구체화됐습니다.
기존 판매시설을 공공업무시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변경 절차도 진행돼 2026년 8월 관련 행정절차가 완료됐고, 임시청사 조성을 위한 후속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25년 가까이 대형 유통시설로 사용되던 공간이 경찰이라는 전혀 다른 사용자를 만나 공공업무시설로 다시 쓰이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기존 용도에 머무르지 않고 적합한 사용자를 찾는 것이 공간 리포지셔닝의 핵심입니다.
대형 유휴공간은 가치가 없어진 공간이 아닙니다.
다음 사용자를 찾지 못한 공간일 뿐입니다.

(우측에서 4번째가 부엣쌤 이은희 대표)
■ “부엣쌤은 부동산의 다음 가능성을 설계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Q. 앞으로 ‘부엣쌤’을 어떤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까?
‘부엣쌤’은 부동산자산을 쉽고 정확하게 알려주는 선생님이라는 의미에서 시작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교육과 강의를 해왔기 때문에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하고 고객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강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습니다.
고객이 보유한 부동산이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현재 활용방식이 최선인지, 어떤 새로운 사용자와 연결할 수 있는지 까지 함께 판단해주는 부동산 자산설계 브랜드입니다.
병원 입지에서 기업 이전으로, 다시 대규모 유휴공간의 새로운 활용까지 제가 해온 일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결국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간의 가능성을 찾아 적합한 사용자와 연결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부동산과 메디컬, 기업 이전, 자산관리, 개발, 공공기관, 기업지원 등을 연결해 공간의 새로운 가치를 설계하는 전문 컨설팅 모델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제가 준비하고 있는 책 제목도 그래서
『부동산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다』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설계는 건축도면을 그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부동산의 목적과 사용자를 찾고, 그 공간이 가진 가능성을 현실적인 사업과 연결하는 과정 전체를 의미합니다.

이은희 대표의 경력은 주거와 상가에서 병원, 기업, 공공기관, 대형 공간의 새로운 활용을 검토하는 업무로 넓어졌다.
그 과정에는 줄곧 하나의 질문이 있었다.
“이 공간은 앞으로 어떻게 쓰여야 가장 가치가 있을까.”
현재 상권보다 미래 배후수요를 보고 병원의 입지를 찾았다.
바이오기업의 본사·연구소 이전에서는 기업의 특성과 광교의 산업환경, 입지와 기업지원 제도를 함께 고려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형 유휴공간에서는 기존 용도에 머무르지 않고 공공기관의 임시청사 수요와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병원과 기업, 공공기관은 서로 다른 사용자다.
그러나 이 대표가 한 일의 본질은 같다.
공간을 먼저 팔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용자를 찾아낸 것이다.
도시는 변하고 산업도 변한다. 기업과 기관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도 끊임없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부동산 전문가의 역할 역시 매물을 소개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가 자신의 역할을 설명하는 마지막 문장은 더욱 선명하다.
“저는 단순히 매물을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부동산의 다음 가능성까지 설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한국AI부동산신문 류재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