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춘(立春)이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2월 4일 무렵, 아직 바람은 차갑지만 땅속에서는 이미 봄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시기에 오신반(五辛盤)을 먹었습니다. 파, 마늘, 달래, 겨자잎, 부추 같은 매운맛 채소 다섯 가지를 올린 밥상입니다.
매운맛은 겨울 동안 느려진 몸의 신진대사를 깨우는 신호탄과 같습니다. 봄나물의 알싸함이 입안에 퍼지면, 겨우내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것이 바로 절기 음식의 힘입니다. 약이 아니라 밥으로 몸을 다스리는 지혜입니다.
현대인의 입춘 밥상으로는 봄나물 듬뿍 비빔밥이 제격입니다. 마트에서 달래, 미나리, 유채나물, 무순을 사다가 따뜻한 밥 위에 돌려 담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둘러 쓱쓱 비비면 됩니다. 거창한 준비 없이도 절기의 맛을 살릴 수 있습니다. 바쁜 아침에도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이야기가 있는 밥상 — 금기의 나물을 입춘에 먹는 이유
입춘날 조상들은 오신반을 먹었다. 마늘, 달래, 파, 부추, 무릇처럼 톡 쏘는 맛의 나물 다섯 가지를 돌려 담은 음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나물들이 원래 절에서 금한 음식이라는 점이다. 불교에서는 오신채가 음욕과 분노를 일으킨다 하여 수행자들에게 먹지 못하게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하필 입춘에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겨울 내내 푸른 채소를 먹지 못해 몸이 축 처진 시절, 매운 나물의 기운으로 잠든 몸을 깨우자는 지혜였다. 금기를 깨는 것이 아니라 봄의 기운을 빌려 몸을 깨우는 의식이었다. 오신반 한 접시는 그렇게 겨울을 보내는 이들에게 건네는 응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