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키운 성수동… 사진 한 장이 상권을 바꿨다

오래된 공장과 창고가 ‘인증사진 명소’로 변신… 방문객이 홍보하는 새로운 상권 탄생

팝업스토어·카페·전시 공간이 콘텐츠가 된 도시… 인기 이면의 임대료 상승은 과제

[사진: 성수동의 밤거리 모습, 라이프타임뉴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수제화 공장과 인쇄소, 자동차 정비소가 밀집했던 준공업지역에서 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대표적인 문화·상업지역으로 변신했다. 주말이면 지하철역부터 주요 골목까지 방문객이 이어지고, 인기 카페와 팝업스토어 앞에는 긴 대기 줄이 만들어진다. 

 

성수동의 이러한 변화에는 오래된 산업공간의 재생과 브랜드의 진출, 서울숲을 비롯한 주변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성수동을 전국적인 핫플레이스로 확산시킨 결정적인 힘은 SNS였다.

 

성수동의 매력은 사진 한 장에 쉽게 담긴다. 붉은 벽돌 외벽과 낡은 철문, 높은 공장 천장, 거친 콘크리트 벽은 감각적인 조명과 현대적인 가구, 예술 작품을 만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반듯하고 정형화된 대형 쇼핑몰과 달리 건물마다 다른 흔적과 이야기가 남아 있어 골목을 걷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발견이 된다.

 

방문객들은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건물 외관부터 내부 공간, 음식과 소품, 전시물까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다. 마음에 드는 사진과 영상을 SNS에 올리면 게시물을 본 사람들이 같은 장소를 검색하고 방문한다. 한 사람이 올린 콘텐츠가 친구와 팔로워에게 공유되고, 다시 새로운 게시물로 이어지면서 상권의 인지도가 빠르게 커진다.

 

과거 상권의 홍보는 건물주와 상인, 기업이 비용을 들여 광고를 제작하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성수동에서는 방문객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확산한다. 소비자가 고객인 동시에 사진작가이자 광고 제작자, 상권 홍보자가 되는 셈이다. 매장 입장에서는 방문객의 자발적인 게시물만으로도 수많은 잠재 고객에게 공간을 알릴 수 있다.

 

SNS가 성수동 상권에 미친 영향은 팝업스토어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패션과 화장품, 식품, 자동차, 금융, 정보기술 등 다양한 기업이 성수동에 단기간 운영하는 체험형 매장을 열고 있다. 이들은 상품을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형 조형물과 포토존, 체험 프로그램, 게임, 전시를 활용해 촬영하고 싶은 공간을 만든다.

 

기업이 팝업스토어를 기획할 때도 ‘무엇을 판매할 것인가’만큼 ‘어떤 사진이 공유될 것인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공간의 색상과 조명, 동선, 전시물의 크기까지 스마트폰 화면에서 어떻게 보일지를 계산한다. 소비자가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싶은 장면을 제공하면 광고를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브랜드가 노출되기 때문이다.

 

한정된 기간에만 운영된다는 팝업스토어의 특성도 SNS와 잘 맞는다. 운영 종료 전에 방문해야 한다는 희소성이 빠른 행동을 유도하고, 긴 대기 줄과 방문 인증사진은 다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제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장소를 남들보다 먼저 경험했다는 만족감을 얻는다. 성수동에서는 상품보다 공간과 경험, 공유할 이야기가 소비의 중심이 된다.

 

직장인과 대학생 등 젊은 방문객들은 SNS에서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고 방문 동선을 정한다. 인기 게시물에 등장한 카페와 전시, 음식점을 지도에 저장한 뒤 하루 동안 여러 장소를 이동한다. 하나의 매장이 만든 화제성이 주변 카페와 음식점, 편집숍의 방문으로 이어지면서 골목 전체에 소비가 확산된다.

 

이러한 구조는 인지도가 낮은 신생 브랜드와 소규모 점포에도 기회를 제공한다. 대규모 광고비를 확보하지 못한 브랜드라도 독특한 공간과 이야기를 갖추면 SNS에서 빠르게 알려질 수 있다. 

 

방문객의 게시물이 호응을 얻으면 작은 매장도 짧은 시간 안에 전국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성수동이 대기업의 마케팅 무대인 동시에 신생 브랜드의 실험실로 불리는 이유다.

[사진: 팝업스토어 내의 모습, 라이프타임뉴스] 

SNS는 방문객의 반응을 확인하는 시장조사 도구이기도 하다. 기업은 어떤 공간에서 사진 촬영이 많이 이뤄지는지, 어떤 상품과 체험이 자주 공유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게시물의 반응과 댓글을 통해 소비자의 선호를 확인하고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보완한다. 성수동의 팝업스토어는 광고 공간을 넘어 소비자와 브랜드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현장이 됐다.

 

하지만 사진 중심의 상권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사진에서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 서비스나 제품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방문객의 만족도는 낮아진다. 촬영을 위한 장식과 유사한 포토존이 반복되면 소비자는 피로를 느낄 수 있다. 빠르게 유행한 공간이 더 새로운 장소에 밀려 금세 관심에서 사라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방문객 증가에 따른 골목 혼잡과 소음, 쓰레기, 주차 문제 역시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다. 인기 매장 앞의 긴 대기 줄이 보행을 방해하고 주거지역까지 관광 동선이 확대되면 지역주민의 일상과 충돌할 수 있다.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질서 있는 대기와 환경 관리, 주민을 배려하는 운영이 필요하다.

 

임대료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SNS에서 유명해진 지역에는 기업과 투자자가 몰리고 임대료가 오른다. 그 과정에서 성수동의 정체성을 형성한 수제화 장인과 소규모 제조업체, 오래된 상점과 예술가가 밀려날 수 있다.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생활문화가 사라지면 성수동 역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상업지역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성수동이 지속 가능한 상권으로 성장하려면 온라인의 화제성을 지역의 실질적인 가치로 연결해야 한다. 기업은 일회성 인증사진보다 브랜드의 철학과 제품의 품질이 기억되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건물주와 상인, 주민, 지방자치단체는 임대료와 보행환경, 지역 산업 보존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기존 제조업과 새로운 문화산업이 공존할 때 성수동만의 이야기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사진 한 장이 성수동을 전국에 알렸지만 사진만으로 상권을 오래 유지할 수는 없다. 소비자를 처음 움직이는 힘은 SNS의 화제성일 수 있지만 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것은 좋은 상품과 서비스, 지역의 고유한 분위기다. 성수동의 진정한 경쟁력은 촬영하기 좋은 공간을 넘어 사람과 브랜드, 지역의 역사가 함께 살아 있는 경험을 만드는 데 있다.

 

 

 

작성 2026.10.12 10:16 수정 2026.10.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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