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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사진 미식1947
세상이 온통 갈등과 소음으로 뒤덮여 숨조차 고르기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은 화려한 기교나 장엄한 웅변이 아니라, 생의 온갖 신산함을 겪어낸 노장의 나지막하고 소박한 한마디입니다. 쉰 목소리로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고 고백한 재즈의 거장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처럼 말입니다.
1967년, 미국 사회는 베트남 전쟁의 깊은 수렁과 인종 차별의 갈등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거리마다 분노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눈빛에는 불안과 적개심이 가득하던 그 암울한 가을날, 예순여섯 살의 루이 암스트롱은 조용한 스튜디오의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그가 부른 곡은 ‘What a Wonderful World’였습니다. 밥 틸(Bob Thiele)과 조지 데이비드 바이스(George David Weiss)가 작곡한 이 곡은 시대의 분노를 치유할 순수하고 다정한 안식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음반사 대표였던 래리 뉴턴은 이 노래를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신나고 경쾌한 트럼펫 연주로 돈을 벌어다 주던 ‘재즈 황제’가 느려터진 발라드를 부르는 것은 흥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홍보비 지원도 거부당했고, 스튜디오 녹음 현장에서는 고성이 오갔습니다.
그러나 루이 암스트롱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의 개런티를 스스로 깎아가며 스튜디오 세션 연주자들의 추가 수당을 챙겨주었고, 새벽까지 이어진 녹음 끝에 기어이 이 노래를 세상에 남겼습니다. 미국 음반사의 냉대 속에 본국에서는 단 1천 장도 팔리지 않았지만, 대서양을 건너간 이 노래는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며 전 세계 수억 명의 가슴에 기적 같은 눈물과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노래 속 가사는 참으로 소박합니다. 푸른 초목과 붉은 장미,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사람들의 오가는 인사와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까지. 루이 암스트롱은 거창한 이상이나 구호를 외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온 소소한 일상 속의 풍경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기적임을 나지막이 속삭입니다.
뉴올리언스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거친 삶의 밑바닥을 온몸으로 견뎌냈던 루이 암스트롱입니다. 온갖 차별과 굴곡 속에서도 그는 단 한 번도 세상을 향해 저주를 퍼붓거나 원망을 품지 않았습니다. 오랜 세월 트럼펫을 불어 터지고 거칠어진 입술과 기침 섞인 쉰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축복이었기에, 그 담담한 고백은 그 어떤 웅변보다 깊은 진실의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주방에서 평생 불과 칼을 마주하며 음식을 만들어온 저 역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집니다. 화려하고 진귀한 산해진미만이 훌륭한 요리가 아닙니다. 제철에 밭에서 갓 뽑아 올린 배추 한 포기, 맑은 물에 씻어낸 무 한 토막, 어머니의 장독대에서 퍼 올린 된장 한 숟가락이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를 때 피어나는 구수한 냄새야말로 우리네 삶을 지탱하는 가장 거룩한 온기입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쌀을 씻고 육수를 우리는 조리사의 하루는 묵묵하고 고됩니다. 그러나 고된 하루 끝에 문을 열고 들어와 국밥 한 그릇을 비워내며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띠는 손님의 표정을 볼 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됩니다. 삶이란 대단한 성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과 다정한 눈빛을 건넬 수 있는 오늘 하루의 평범함 속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 하루, 유난히 지치고 세상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진다면 루이 암스트롱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따스한 밥 한 끼를 건네며 나지막이 말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은 여전히 참으로 아름답다고 말입니다.
미식1947신문사·출판사 (한식명인 김종인)
